건물 사이의 틈새는 실제로 자연채광이 들어오는 통로기도 한데, 여기에 건물을 지어서 햇빛이 들어오는 것을 막게 되었다.
디자이너는 이 같은 부정적인 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일단 모든 계단을 뿌옇게 처리된 트랜스루선트 유리를 사용하였다.
증축되는 건물 때문에 이러한 증축안에서는 기존의 건물이 건축적으로 의미가 변화하게 되는 데, 대표적으로 과거에 건물의 외벽이었던 벽이 실내벽으로 의미가 바뀌게 되는 현상이 생겨난다.
그리고, 이를 대처하는 방식이 이 건물이 진정 훌륭한 건축물로 평가받는 이유다.
서양 전통건축에서는 그리스시대부터 지붕 제일 윗부분에 코니스라고 하여 장식이 들어간 부분이 있다.
이는 지면에 서 있는 사람이 올려다 보았을 때, 지붕선의 마무리를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 디자인된 것인데, 섹클러 갤러리에서는 증축부분이 만들어지면서 코니스가 3층 계단 슬래브에 의해서 가려지게 되었다.
포스터는 아름다운 코니스가 보이는 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증축되는 계단 슬래브를 기존 건축물에서 약간 띠고 그 부분을 유리창으로 처리하였다.
이로서 아래쪽에서 코니스 부분을 올려다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이외에도 3층 슬래브 높이를 코니스보다 약간 낮추어서 기존 건물의 코니스를 갤러리의 전시 테이블로 사용하게 계획되어져 있다.
아마도, 실력 없는 건축가였다면 슬래브를 코니스까지 올리고 그 위에 또다시 전시 테이블을 놓았을 것이다.
그렇게하면, 코니스의 장식 부분이 가려지는 것 외에도 전시 테이블을 만들어야 하는 부수적인 작업이 생겨서 일을 이중으로 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데 포스터는 슬래브이 높이를 적당히 낮추어서 코니스를 노출시킴과 동시에 코니스를 전시 테이블로 사용하여 전통건축요소의 특징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전시 테이블이라는 새로운 현대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성공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냈다.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변화를 지혜롭게 누적시켜서 많은 의미의 레이어를 둘수록 휼륭한 건축이 되는 법인데, 섹클러 갤러리는 규모는 작지만 성공적으로 중의법적인 레이어를 만들었다.
이러한 기법은 포스터가 디자인한 베를린 독일 국회의사당에서 극치를 보여준다.
이 건물은 원래 1898년에 '파울 발로트'에 의해서 디자인된 의사당 건물이었으나, 2차 대전때 소련군의 공격으로 사진에서 보듯이 돔이 앙상하게 구조만 남을 정도로 대파되었던 건물이다.
포스터의 디자인은 이 부서진 건축물을 현대적인 독일 연방의회사당으로 개조한 것이다.
돔은 예부터 교회나 왕권 같은 종교적 혹은 정치적 권력을 상징하기 위한 건축적 요소였다.
시대가 바뀌었으나 돔은 계속해서 국회의사당 같은 권력의 상징을 나타내는 건축물에 사용되었다.
더 큰 파워를 상징하기 위해서 성당이나 궁전의 돔을 더 높고 크게 하려고 했던 사실은 건축사를 통해서 꾸준히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돔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이해한 포스터는 돔을 과거의 형태 그대로 유지시켰다.
하지만, 그 의미는 완전히 반대로 해석하였다. 이 작품에서 그는 절대권력의 상징인 돔을 유리로 만들고 그 안에 램프를 만들어 넣어서 베를린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연방의 회의 회의장을 직접 내려다 볼 수 있게 디자인 하였다.
권력의 상징인 돔을 유지하기는 하되, 그 돔을 국민에게 내어주어서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공간을 이용하여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여기에 친환경적인 아이디어까지 포함시켰는 데, 유리로 만들어진 돔을 통해서 들어오는 햇빛을 거울로 된 반사판을 통해서 1층 회의장까지 자연관을 내려보낼 수 있게 하였다.
물론 눈부심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태양의 위치에 따라 움직이는 루버를 두어서 난반사된 빛만 회의장으로 들어가게 하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원래 국회회의장으 국민이 내려다 보게 계획한 아이디어는 호주 국회의사장에서 처음 채택된 아이디어이기는 하나, 베를린 국회의사당에서는 전통적인 돔의 의미는 유지하되, 전망대의 기능은 첨가하고 친환경적인 기능까지 합쳐져서 중의적인 의미가 함축된 걸작이 탄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