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 출신의 건축가 다다오 안도는 일반 건축가들과는 다른 흥미로운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일단 그는 정규 건축교육을 받지 않았다. 몇 달간 건축학교에 몸을 담기는 했었으나 교육을 받았다고 보기에는 힘들다.
그는 또한 프로 권투선수 생활을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건축은 계속 자연과 스파링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마치 권투선수들이 계속해서 잽을 날리듯이 안도의 건축물은 가벽을 이용해서 자연 속으로 파고드는 듯하며, 권투선수가 클린치를 하듯이 그의 건축은 자연을 껴안는다.
안도는 르 코르뷔지에를 존경했으며, 그에게 건축을 배우고 싶어 했다. 그래서 안도는 코르뷔지에를 만나기 위해 유럽으로 건너갔으나 이미 세상을 떠난 후여서 직접적인 가르침을 포기하게 되고 대신에 코르뷔지에에의 모든 건축도면을 구해 트레이싱지를 대고 배껴가면서 건축을 공부했다고 한다.
안도가 키우는 개의 이름은 코르뷔지에인데, 이를 보면 안도가 얼마나 코르뷔지에를 생각하는 지 알 것 같다.
코르뷔지에의 영향으로 그의 건축은 코르뷔지에가 사용한 노출 콘크리트를 주재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코르뷔지에가 주변공간을 둘러보면서 걸을 수 있게 하는 회랑건축을 추구하기 위해서 자주 사용했던 램프같은 건축요소 역시 많이 등장한다.
아시아의 자존심
안도는 아마도 아시아 건축의 자존심일 것이다.
건축을 공부하면 대부분의 역사는 유럽건축의 역사임을 알 수 있다. 아시아의 건축가들은 유럽과 미국의 수많은 스타 건축가들에 기죽어 살아 왔는 데 1980년대 후반에 등장한 다다오 안도라는 인물 덕분에 아시아인들도 세계 건축의 중심에 설 수 있겠구나 라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그가 1980년대에 만들어낸 작은 주택들과 세 개의 교회 시리즈는 그것만으로도 루이스 칸 이후의 20세기 건축사에 가장 큰 족적을 남긴 건축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이렇게 안도가 세계적인 건축가가 된 배후에는 한 기업인의 후원과 일본 경제의 비약적인 발전 등이 받쳐 주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안도의 건축은 동서양 두 개 문화의 장점을 골고루 계승하여 발전시켜 시대가 요구하는 건축 패러다임을 만족시켰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일본 전통건축+서양 기하학 건축
다다오 안도의 건축은 한마디로 일본 전통건축의 공간 시퀀스와 서양 전통 건축의 기하학적 특성의 융합이다. 안도는 유럽에 영향을 가서 서양 전통건축물에서 받은 기하학적인 공간의 파워를 체험하게 되었고,
이후 그는 자신의 건축에 의식적으로 기하학적인 비례를 생각해서 방의 크기와 비율을 정하는 것을 알 수 있는 데, 이는 동양건축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징이다.
기하학을 너무나 추구한 것인지 심지어 그가 그린 건축도면의 방위표까지도 정사각형으로 표시하고, 단면도에서 보이는 땅은 삼각형으로 쪼개서 그린다.
이러한 기하학적인 특징 외에 전통적인 동양건축에서 나타나는 특징인 자연을 포함하려는 노력도 함께 보인다.
안도를 유명하게 해준 첫 작품은 아주마 하우스 인데 이 집은 좁고 기다란 대지 위에 두 개의 작은 방이 대지의 양쪽 끝에 위치하고 있고 그 사이를 외부계단과 다리가 연결해주고 있다.
마당은 중정형으로 되었는 데 조금은 황당한 것이 방에서 식당으로 간다든지 다른 방으로 갈 때마다 외부공간을 거쳐서 가야한다는 것이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괜찮겠지만, 추운 겨울이나 비라도 오는 날이면 우산을 들고 나가야 한다. 현대건축은 끊임없이 방수와 냉난방 시스템을 개발하여 어떻게서든 자연의 기후가 건물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쪽으로 발전해 왔다.
이렇듯 인간이 자연과 분리된 현대시대에 조금이라도 자연과 더 밀접한 교류를 유도하기 위해서 아주마 하우스를 이같이 디자인했다고 안도는 설명하고 있다.
훌륭한 클라이먼트 덕분에 이 주택은 완공되었고, 기능주의를 가장 중요시하던 모더니즘의 시대에 충격을 주는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아주마 하우스를 중정처럼 그의 건축은 항상 자연을 바라보기도 하고 포함하기도 하면서 항상 자연과 깊은 조우를 하는 공간구성을 가지고 있다.